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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말은 부드럽게, 홧김의 이별이 아닌 이상 연인이나 친구와 헤어지는데는 무수한 이유가 존재한다. 너와는 미래를 함께할 자신이 없어서, 말이 안 통해서, 성격이 맞지 않아서. 하지만 이별에 대한 모든 이유는 구실일 뿐 포장을 뜯어낸 헐벗은 진실은 하나. 더 이상 이런 괴로움을 감내하면서까지, 혹은 내 또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아. 많지 않은 이별의 순간 나는 종종 상대에게 이야기했다. 널 좋아해, 하지만 너의 이런 모습까지 감당할만큼은 아냐. / 결국 넌 그걸 감내할만큼 날 좋아하진 않는다는 거잖아. 이런 내 말이 차갑고 건조하며, 자신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는 반응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것이 아니라면, 나도 당신도 상대에게 헤어지자는 말 대신 이걸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겠지. 헤어지.. 더보기
타락한 사회에서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 /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정직한 사람이 타락한 사회에서 괜찮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입니다. 불가능한 싸움이죠. 이길 수는 없어요. 그는 가난하고 고통스러워지고, 농담과 사소한 불법으로 무마해 가며 살거나, 혹은 할리우드 제작자처럼 타락하고 사교적이며 무례해질 수 있겠지요.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하는 전문직 두세 종을 제외하면, 이 시대에 한 남자가 어느 정도 타락하지 않고, 성공이란 언제 어디서나 부정한 돈벌이이게 마련이라는 냉혹하고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삶에서 적절한 풍족함을 누릴 방법이 전혀 없다는 씁쓸한 현실 때문이죠. / 아마도 지금쯤은 그녀도 알고 있겠죠. 내가 애썼다는 사실을, 그녀를 몇 번만 더 웃음 짓게 할 수 있다면, 내 하찮은 문학적 경력을 몇 년 희생하는 .. 더보기
네 전화를 받아주고 싶었어, 주말에 본 영화가 잊혀지지 않아 괴롭다. 오늘 오후엔 버스 안에서 덜컹덜컹 흔들리다 말고 장면 하나가 울컥 떠올라 잠시 심호흡했다. 대화 속에 농담처럼 던져진 소재가 과거 장면과 겹치며 사건 전체를 의미화/구체화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 디테일 중 몇 개가 비수처럼 꽂히더니 좀체 뽑히지 않는다. 각오는 하고 보았으나 가뜩이나 우울한 이즈음 볼 영화는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러나 좋은 영화였던 건 확실하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진실로 절망한 자는 언제나 홀로 있다. 그는 연대할 수 없고, 내러티브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서사를 언어로 구현할 수 없으며, 오직 내지르는 절규와 표정만으로 그 절망의 흔적을 말한다. 주인공은 그런 종류의 절망, 사회가 한 번 더 입을 막아 더더욱 언어화될 수 없는 이중구속의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