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본 영화가 잊혀지지 않아 괴롭다. 오늘 오후엔 버스 안에서 덜컹덜컹 흔들리다 말고 장면 하나가 울컥 떠올라 잠시 심호흡했다. 대화 속에 농담처럼 던져진 소재가 과거 장면과 겹치며 사건 전체를 의미화/구체화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 디테일 중 몇 개가 비수처럼 꽂히더니 좀체 뽑히지 않는다. 각오는 하고 보았으나 가뜩이나 우울한 이즈음 볼 영화는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러나 좋은 영화였던 건 확실하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진실로 절망한 자는 언제나 홀로 있다. 그는 연대할 수 없고, 내러티브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서사를 언어로 구현할 수 없으며, 오직 내지르는 절규와 표정만으로 그 절망의 흔적을 말한다. 주인공은 그런 종류의 절망, 사회가 한 번 더 입을 막아 더더욱 언어화될 수 없는 이중구속의 지옥에서도 삶을 길어내는 소녀다.
강하고 씩씩하며 아름다운 소녀, 누구 못잖게 귀하기에 이름도 공주. 그러나 끔찍한 과거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는 순간 순간, 담담하던 소녀는 자신의 새된 소리와 함께 지금 당장 휘발하여 여기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꼭꼭 닫아걸었던 감정을 때론 꽃처럼 때론 폭죽처럼 폭발시키는 주인공역 배우 천우희의 얼굴은, 가만히 보기만 해도 심장이 죄이듯 안타깝고 애틋하다.
희망은 쉽게 말할 수 있고 또 쉬이 건네지는 것이나 절망 속에서도 삶을 찾는 강함과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견뎌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관객조차 보는 것이 괴로워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야 하는 상황에도 제 감정을 딛고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혹 살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필사적으로 풀장을 가로지르는 소녀의 호흡 같은 것.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꽉 짜여진 연출이나 연기 지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라스트 씬과 OST 역시 훌륭한 영화였다. 청량한 목소리로 부르는 Give me a smile이 듣고 싶어 많은 곳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네. 음원이 나오면 좋겠다. 기타를 치다 말고 중간에 멈추곤 좋다, 간신히 허락된 기쁨에 후 웃던 공주의 목소리도 빠뜨리지 말고.
ps.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연출의 섬세함에 여자 감독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이수진 감독, 한공주.
그러나 좋은 영화였던 건 확실하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진실로 절망한 자는 언제나 홀로 있다. 그는 연대할 수 없고, 내러티브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서사를 언어로 구현할 수 없으며, 오직 내지르는 절규와 표정만으로 그 절망의 흔적을 말한다. 주인공은 그런 종류의 절망, 사회가 한 번 더 입을 막아 더더욱 언어화될 수 없는 이중구속의 지옥에서도 삶을 길어내는 소녀다.
강하고 씩씩하며 아름다운 소녀, 누구 못잖게 귀하기에 이름도 공주. 그러나 끔찍한 과거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는 순간 순간, 담담하던 소녀는 자신의 새된 소리와 함께 지금 당장 휘발하여 여기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꼭꼭 닫아걸었던 감정을 때론 꽃처럼 때론 폭죽처럼 폭발시키는 주인공역 배우 천우희의 얼굴은, 가만히 보기만 해도 심장이 죄이듯 안타깝고 애틋하다.
희망은 쉽게 말할 수 있고 또 쉬이 건네지는 것이나 절망 속에서도 삶을 찾는 강함과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견뎌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관객조차 보는 것이 괴로워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야 하는 상황에도 제 감정을 딛고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혹 살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필사적으로 풀장을 가로지르는 소녀의 호흡 같은 것.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꽉 짜여진 연출이나 연기 지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라스트 씬과 OST 역시 훌륭한 영화였다. 청량한 목소리로 부르는 Give me a smile이 듣고 싶어 많은 곳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네. 음원이 나오면 좋겠다. 기타를 치다 말고 중간에 멈추곤 좋다, 간신히 허락된 기쁨에 후 웃던 공주의 목소리도 빠뜨리지 말고.
ps.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연출의 섬세함에 여자 감독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이수진 감독, 한공주.
'읽다, 보다,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여행 (0) | 2014.11.10 |
---|---|
타락한 사회에서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 (0) | 2014.04.23 |
위화, [제7일] (0) | 2013.11.25 |
롤랜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0) | 2013.11.15 |
철학자가 달린다 (0) | 201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