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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이별의 말은 부드럽게,

 

 

홧김의 이별이 아닌 이상 연인이나 친구와 헤어지는데는 무수한 이유가 존재한다. 너와는 미래를 함께할 자신이 없어서, 말이 안 통해서, 성격이 맞지 않아서. 하지만 이별에 대한 모든 이유는 구실일 뿐 포장을 뜯어낸 헐벗은 진실은 하나. 더 이상 이런 괴로움을 감내하면서까지, 혹은 내 또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아.

많지 않은 이별의 순간 나는 종종 상대에게 이야기했다. 널 좋아해, 하지만 너의 이런 모습까지 감당할만큼은 아냐. / 결국 넌 그걸 감내할만큼 날 좋아하진 않는다는 거잖아. 이런 내 말이 차갑고 건조하며, 자신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는 반응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것이 아니라면, 나도 당신도 상대에게 헤어지자는 말 대신 이걸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겠지.

헤어지는 순간에도 상대에 대한 애정으로 다음 사람에겐 이렇게 저렇게 하라 충고하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대체로 그러지 않으려 애써왔다. 그 말은 떠나는 자의 몫이 아니며, 어차피 그것은 너와 나 사이의 문제였으므로 뒤늦은 충고 따위 내가 함께하지 않는 한 아무 의미도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애정이 남았다면 행복하라는 말 외에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 곳에,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는 곳에 오래 머물지 말라고 배웠어요.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을 한 사람과 오래 있지 말라고 배웠어요. 여기에 익숙해져 나 역시 그런 모습이 될까 두려워 그 전에 떠나려 합니다- 같은 말 대신, 부드러운 이별의 말을 하자 결심한다. 조직도 결국은 인간의 집합, 변하지 않을 옛 사람에게 굳이 오지랖까지 떨 필요는 없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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