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오랜 친구이자 10대 시절의 잔느; 였던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했더니 '너는 다정해질 땐 한량 없으니 조심해'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는 그다지 다정한 사람은 아니고, 타인을 싫어하거나 경멸함으로써 얻게 되는 반대 급부로 너무도 심대한 타격을 입는 나머지 갈등의 포인트를 피해다니는 사람에 가깝다. 꽤 제멋대로 구는데도 주변인으로부터 미움을 사본 일이 거의 없는 것은, 이 균형을 맞추는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서리 내린 들판처럼 싸늘한 스스로의 에고/ 관찰자로서의 시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내가 텍스트와 그 안에 담긴 타자의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더 깊게, 실존하는 나와 인간적으로 얽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쓸쓸해진 일도 있다.


다만 바로 그만큼, 내 안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 내가 가끔 미친 것처럼 구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사람은 흔치 않기에 보기 드물게 다정해지고 필요 이상으로 상처입는다. 돌이켜보면 서른이 될 때까지 그런 사람은 한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러니 부러 밀어내지 않을 거야, 고요히 모든 것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길 기다릴거야.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밤의 판타지아, 여행의 추억  (0) 2015.06.18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0) 2014.07.15
드립이 통하는 세계라는 것.  (0) 2014.06.26
영 레이디,  (0) 2014.06.02
last smile  (0) 2014.05.28